치아건강

강력계 형사가 치과를 찾아온 이유는?

달려라꼴찌 2009. 10. 15. 07:00

강력계 형사가 치과를 찾아온 이유는?

 

 

언젠가 인근 경찰서 소속 경찰 두분이 치과에 찾아와서는 치과의사인 저와 면담을 요청하였습니다.

누구나 막상 경찰이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듣게 되면,

헉...특별히 잘못한게 없는데 경찰이 왜 나를 찾는거지? 하고 놀라는 건 당연할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마음 겨우 진정시키며 두려움 반 당황스러움 반 경찰을 마주 대했는데...

경찰은 방사선 사진 한장을 저에게 꺼내 보이며 혹시 이런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는지 묻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치과를 찾아온 그 내막인즉 이렇습니다.

경찰이 저에게 찾아오기 얼마전 인근 관할구역 내에서 변사체 시신 한구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범죄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보여지는데 시신은 사망후 방화소각되어서 남은 것은 백골상태의 유골 뿐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범죄 수사에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였지만,

지문채취도 불가능 하였기에 남아 있는 백골로만 사망자의 성별, 나이, 직업 등을 추정하여야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관할구역의 치과에서부터 탐문조사를 하면서 변사체의 신원을 확보하기 위해 돌아다녔던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의 개인식별을 할때 제일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은 치과병력조사 입니다.

 

치과의사는 오랜만에 보는 환자의 얼굴은 기억을 잘 못해도,

자기가 치료한 치아의 모습이나 방사선 사진을 보면 누군지 쉽게 기억을 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직업적인 특징입니다.

 

사람이 가진 치아는 보통 사랑니를 포함하여 모두 32개인데,

어느 한개의 치아도 같은 것은 없으며,

치아의 맹출 양상, 치아들의 배열상태 모두 각각 제각기 다르며,

충치치료한 범위와 종류도 사람마다 그리고 치아마다 절대 같을 수가 없고,

보철치료한 흔적 또한 모두 제각기이며,

또한 최근에는 임플란트가 보편화되면서 수백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가 식립되어지기에

방사선사진이나 모형채득에 있어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수천억가지 이상으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치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지문보다도 훨씬 더 정확한 감별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대량인명재난 사태때에도 거의 치아에 의존하여 개인식별을 해낸 사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괌 항공기 추락사건에서부터 얼마전 동남아에 발생한 쓰나미에 의해 많은 인명피해가 났었지만,

그때마다 피해자의 신원 확인에 결정적인 역할은 한 것은 그 사람의 치과병력 조사였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죽고 시신이 백골화가 진행되고 진토된다 하더라도 가장 최후까지 남아있는 조직은 다름아닌 치아인 것도,

치아를 통한 법의학적인 조사가 개인식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이 사진 한장으로부터 얻는 정보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신경치료하고 기둥을 심고 금으로 씌운 치아가 보이고,

그 앞 작은어금니는 자연치아이면서, 뒤 치아는 씹는 면에만 충치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랑니는 살짝 누워 매복되어 있으며

잇몸질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20대 중반정도로 연령을 추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 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또한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아래위 큰 어금니 4개 모두 씹는 면에만 충치치료를 받았으며,

앞쪽의 작은 어금니들은 모두 깨끗한 상태의 자연치아이며,

위 사랑니는 직립으로 맹출하고 있으며,

아래 사랑니는 누워 맹출하고는 있지만 치근(치아의 뿌리)형성이 완성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잇몸질환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10대후반 20대초반의 연령으로 추정 할 수 있습니다. 

 

 

치과에서 흔히 촬영하는 파노라마라고 하는 진단방사선 사진 한장만으로도

치과의사는 자기 치과 환자인지 또,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치과의사가 아닌 야매에서 치과치료를 받은 경우는 그 정보를 알 수가 없습니다...ㅠㅜ

 

이러한 관점에서도 생각한다면, 

믿음이 가는 담당 주치의 치과의사 및 단골치과를 정해두어 꾸준히 관리받는 것이 좋을 것 같고,

6개월 치과검진 및 스켈링, 그리고 적어도 1년에 한차례 정도는 파노라마 방사선 촬영은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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