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치료

치과의사가 자기딸 충치 치료 못한 사연

달려라꼴찌 2009. 10. 6. 06:53

치과의사가 자기딸 충치 치료 못한 사연

 

여기는 어린이 전문치과입니다.

 

치과의사로서 아이들의 충치를 예방하기 위한 조언을 말씀드릴때 항상 강조했던 것 두가지가 있다면,

첫째, 밥을 먹일때 오랫동안 음식을 입속에 머금게 하지 말 것과,

둘째, 적어도 잠자기 전에 한번은 직접 부모님이 치실을 이용하여 반드시 칫솔질을 점검해 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이 자기 머리를 못 깍는다고, 명색이 치과의사인 아빠는 정작 자기 딸들은 모두 충치가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ㅠㅜ

못난 아빠때문에 눈에 넣어도 안아플 세살바기 둘째딸 서현이가 충치가 많이 생긴 것입니다.

전형적인 음식물을 오랫동안 입안에 오랫동안 머금는 습관으로 발생하는 광범위한 충치의 양상이었습니다.

 

치과의사로 수많은 어린이들을 치료해 보았지만, 

서현이처럼 너무 어린나이에 충치가 생겨 치료를 할때는 부모님도, 치과의사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치료하다가 날카로운 치과기구에 아이가 다치지는 않을까...

그리고 치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되어 자라면서 치과검진가는 것을 도살장 끌려가듯 싫어하는 건 아닐까가 큰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두가지 걱정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살바기 서현이를 잠을 재워놓고 충치치료하는 수면치료를 해주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치과의사인 아빠는 결정하고 아빠의 하루 진료를 포기하고 절친한 후배의 어린이 전문치과를 방문한 것입니다.

 

 

 

 

아이들만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치과답게 분위기가 놀이방 같습니다.

여기가 치과란 것은 알지만 서현이는 그저 놀이기구들도 많으니 신나게 이것저것 올라타고 표정도 밝아보입니다.  

 

 

 

 

곧이어 수면치료를 위한 서현이 몸무게 12키로에 해당하는 용량의 수면진정제를 먹습니다.

약의 맛이 달콤한지 꾸역꾸역 세살 서현이는 혼자서도 잘도 먹습니다. ^^

 

그러고는 30분정도 혼자 신나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신나게 놀다가.....

서현이는 그만 스르르 잠이들고 맙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살바기 딸래미 서현이의 깊히 잠들어 축늘어진 모습을 보니,

어찌나 안쓰러운지, 아빠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이 어린 딸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회한이 한가득입니다. ㅠㅜ

 

이렇게 어린 나이에 치과치료를 수면치료로 시행할때 이물질이 행여 목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입안을 격리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장치를 러버댐이라고 하는데 치과치료에서 너무너무 중요한 기본장치입니다.

 

치료를 다 마친후 잠에서 깨어난 서현이는 다행히 치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었는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합니다.

그저 치과라고 하면 재미있고 신가한 것들로 가득찬, 이쁜 언니들이 안아주기도 하는 좋은 곳으로만 긍정적인 기억을 합니다.

 

물론 일반치과에서 치료를 잘 받는 행동조절이 잘되는 아이들이라면 큰 문제 없겠지만,

서현이처럼 나이가 3-5세 사이로 아직은 자기고집이 세고 의사소통과 행동조절이 불안정한 경우라면

어린이 전문치과에서 치과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치과의사인 저는 생각합니다.

 

비록 서현이의 치과치료비 역시 적잖게 나왔지만

첫째, 밥을 먹일때 오랫동안 음식을 입속에 머금게 하지 말 것과,

둘째, 적어도 잠자기 전에 한번은 직접 부모님이 치실을 이용하여 반드시 칫솔질을 점검해 줄 것

부모로서 아이들 치아관리를 위해 꼭 실천해야 할 이 두가지 사항을 소홀히 한 당연한 댓가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본 마음이 통하였는지 서현이도 치과는 무서운 곳이 아니라 놀이터처럼 편안한 곳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매사를 긍적적인 사람으로 키우고자하는 교육자의 제1선인 아빠로서, 치과의사로서 그나마 큰 감사를 느낀 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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