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치료

치과에서 아이에게 거짓말을 꼭 가르쳐야 할까?

달려라꼴찌 2009. 9. 15. 06:42

치과에서 아이에게 거짓말을 꼭 가르쳐야 할까? 

 

 

 

아이들이 자라면서 처음 거짓말을 경험하고 배우는 곳이 혹시 치과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치과는 비단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편치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두려움에 울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부모님이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약간이나마 통증이 있는 치료인데도 “정말 하나도 안 아파.. 라고 한다든가,

아직 치료해야할 시간과 과정이 많이 남았는데도 “이제 치료 다 끝났어.. 라고 말을 한다든가 하는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런 거짓말은 몇 분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금방 들통날 거짓말입니다.

과연 사랑하는 아이들이 이런 거짓말에 속고 또 다시 속아줄까요?

 

치과에 처음 온 어린이라면 처음에는 속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번 거짓말임을 알고 난 후라면, 그 다음부터는 그 말 뿐만 아니라 다른 말들 까지도 믿지 않는 상태가 될게 뻔합니다. 

 

치과 치료는 처음 마취주사는 조금 따끔하겠지만, 마취가 잘 되었다면 그 다음부터는 통증이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한번 거짓말을 경험하고 믿음이 없어진 아이는

이제 통증이 없는 치료라는 것을 믿지 못한 채로 어떠한 대화도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되고 말기도 합니다.

 

이렇게 타인을 믿지 못하는 경험을 한 어린이는 치과 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곳 다른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믿지 못하게 되는 나쁜 교육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과의사로서 경험상에서도 그렇습니다. 

다른 곳에서 거짓말을 많이 경험한 어린이는 치과에서도 조금 아플 것이라든가, 하나도 안 아플 것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믿지 못하는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신뢰를 쌓아 나아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어렵겠지만,

처음을 잘 넘기면 그 다음부터는 상호 믿음을 쌓아서 좋아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세가 사랑하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과에서는 거짓말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한번의 거짓말은 앞으로의 상황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간혹 부모님이 옆에서 위와 같은 거짓말을 어린이에게 하는 경우를 목격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여러가지 상황상 그렇게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ㅠㅜ

 

 

당장의 상황을 넘겨보고자 아이에게 조그맣고 사소한 것같은 거짓말은 하지 말고,

사랑하는 아이에게 조금은 아프지만 자신을 위한 치료이니까 참아보자라고 어떻하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상호신뢰가 무엇인지를 아는 정직한 어린이로 성장하는 데에 도움일 될 것입니다.

혹시 그런 여유가 없다면 소아전문치과에서 아이에게도 편안하게끔 재워서 치과치료를 하는 수면치료를 하는 것이

사랑하는 아이의 정서에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젖니를 조금 늦게 뽑는다고 해서, 그리고 충치치료도 한템포 쉬면서 조금 천천히 한다고 해서 

아이의 치아 건강의 대세에는 크게 지장 없습니다.

당장의 치과치료의 시작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아치과학 교과서에도 아이들의 첫 치과내원시부터 아이의 정서발달 측면을 위해서라도 치료를 강행하지는 말고,

치과의사와 충분히 아이들과 신뢰관계가 성립된 후 다음 내원날부터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아이를 치과에 데리고온 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부모님의 조급증으로 인해 오히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치과와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어린 나이에 심겨진다면

이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