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치료

다른 치과에서 뽑고 임플란트 하라고 하던데요 - 자연치아 최대한 살리기

달려라꼴찌 2009. 6. 3. 11:15

다른 치과에서 뽑고 임플란트 하라고 하던데요 - 자연치아 최대한 살리기

화살표로 표시된 왼쪽 어금니가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흔들려서 몇군데 치과에 갔더니 뽑고 임플란트를 하란 진단을 받은 환자분입니다.

 

오른쪽 부위에 치아가 없어 임플란트를 한 경험도 있는 환자분인지라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우연히 사랑니를 이용한 자가치아이식에 대한 제 블로그를 보고는

어차피 뽑아야할 치아라면 왼쪽 위의 사랑니를 이용해서 자가치아이식이 가능한지 멀리 영종도에서 몇시간 걸리는 거리를 오셨습니다.

 

멀리서 나를 믿고 오셨기에 정말 정성드려 성심껏 봐드리고 싶었습니다.

치아의 상태를 보니 조금 흔들리고 잇몸도 약간 부어 있었으며 타진통 (건들일때 나타나는 통증)도 심하였습니다.

예전에 신경치료를 받았는데 이게 탈이 나서 뿌리 끝에 염증이 고여있는 것도 방사선 사진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뿌리끝에 고인 이 염즘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통증에 밤에 잠을 못이룬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치과의사인 나로서도 이 치아를 뽑기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과의사로서 조금 어렵고 고단한 과정이지만,

신경치료를 다시한번 정성드려 재치료하여 통증을 콘트롤 할 수 있다면 굳이 이 치아를 뽑지 않아도 얼마든지 충분히 오래 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가뜩이나 신경치료는 치과의사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정교하고 세밀한 치과치료인데,

그것도 재신경치료라면 그 과정 하나하나가 치과의사의 몸과 마음에는 크나큰 부담감을 줄정도로 어려운 과정입니다.

더구나 다른나라처럼 신경치료의 수가를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보면,

그냥 뽑고 임플란트 하라는 진단과 처방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재신경치료의 키포인트는 기존의 인공신경 구조물인 거타퍼챠를 얼마나 완벽히 제거해서

뿌리끝 염증부위까지 치과용 끌인 파일이 접근되게끔 하느냐가 제일 중요하고 성패를 좌우합니다.

다행히 이 환자분은 재신경치료 받은 첫날 기존의 오래된 인공신경이 완벽히 잘 제거되었고, 뿌리끝 염증까지 치과기구가 잘 도달되어,

염증과 고름이 신경관을 통해 배농이 되는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환자분이 왔을때는 처음 치과에 왔을때의 통증이 거의 사라진 것을 확인할때 치과의사로서 얼마나 보람 있었는지 모릅니다.

이 치아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엔 아마도 환자분보다 치과의사인 내가 더 좋았을 것입니다.

치아 하나를 살리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과정인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재신경치료의 마지막단계인 인공신경을 주입한 모습의 방사선 사진입니다.

뿌리 끝까지 인공신경이 하얀색의 모습으로 잘 위치된 양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염증 부위로 뽀글거리며 불출된 칼슘하이드록사이드 약제도 보인다는 것은

이 치아의 재신경치료가 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음을 시사합니다.

 

멀리서지만 나를 믿고 몇번을 더 치과에 오는 것도 기꺼이 감수한 환자 분,

어려운 과정이지만 꼭 이 치아를 살려보고 싶은 치과의사의 욕심(?^^)이 서로 어울려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치료를 할때 나는 치과의사로서 가장 행복합니다....

 

 

 

  

 

믹시